물은 시원섭섭하다.
모든 것들이 물처럼 시원섭섭했었다. 적어도 내가 지금 이렇게 되기 전까지는... 그런데 이제는 모든 것들이 너무 소중해져버렸다. 예전엔 사람들이 그토록 버리고 싶어했던 자기디스크(그러니까 하드 디스크) 하나도 이젠 더 이상 제대로 만들 수도 없고, 35년 전에 만들어졌던 램도 아직까지 죽질 못해 신음하는 소리가 정부가 관리하는 시스템들의 사이에서 웅웅거리면서 스며나왔다. 그들의 기판사이에서 납과 플라스틱 수지를 뚝뚝 흘릴 때까지, 그래서 그들은 시원섭섭하게 버림받을 나이가 지났는데도 그렇게 고문당했다.
나도 그런 존재, 나의 본질은 남에게도, 남들이 나에게 대하는 행동도
예전에는 시원섭섭했었다.
그때에는 모든 것들이 시원하도록 섭섭했었는데....
더 이상, 시원섭섭하지 않았다.
물 속에 담긴 정부, 국가, 세계, 그리고 하나하나의 인간들. 발에 닿는 물이 너무 차가워서 이제는 서로가 녹아내리도록 서로에 대해 지나친 관심, 사랑, 인간애를 과시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너무나 싫었다. 내가 집 안에 들어서는 것, 내가 항상 쉬지 않고 내리는 빗물을 받아서 쓰는 것, 그리고 내 집을 밝히기 위해 켜는 작은 전구에 보이지도 않던 그런 모습을 보이는 그들이 나는 너무나
시원섭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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