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8일 일요일

시간

미쳐서 술을 마신 오늘의 아침이 밝았던 게 어제같았다. 어제는 오늘의 연장이고 그래서 오늘의 어제는 오늘이랑 사실 떼어낼 수 없는 존재이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시간은 분리할 수 없다. 영속성. 인지하는 존재가 끝을 맞이하는 때가 오지 않는 한 존재는 시간 속에 사유한다. 어제는 어제가 아니고 오늘도 오늘이 아니다. 그건 변명이다. 어제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또 오늘이라는 다음 이름표를 적는 일로 쾌감을 느끼는 인간들에게 내일은 없지만 그들은 오늘을 생각하면서 적지도 않는 내일을 꿈꾼다.



어제, 오늘, 내일, 내일 모레 - 정신과 육체는 떨어지지 못한다. 정신 안에 가둔 육체가 정신을 품으면 그게 사람이다 - 사람이 내일이 어제를 보고 오늘을 바라보는 날이 언젠가 온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으리라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세프』도 마찬가지였다. 과학자는 나눌 수 없는 시간을 나누어 쓰면서 쉬지않고 생각했건만 결국 죽어버렸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는 시간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어제 오늘 내일... 어디로 발을 뻗어나가도, 무엇을 움켜쥐어도 온몸이 빠져드는 시간의 여행자는 나, 당신, 친구, 가족, 인류 모두이다.



그러므로 인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시계는 시간을 나누지만 시간은 시계를 소유한다. 나누어 떨어지는 인간 사유의 시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09년 6월 26일 금요일

발굴일지 - 3일

죽은 자를 파낸 지 3일이 되는 아침, 남자는 0700시에 길을 나섰다. 소설『로드』, 『Civilizaion and Capitaism』제 2권, 수건과 여벌의 옷가지, 안전모를 배낭과 손가방에 나누어 넣고 방배역에서 지하철을 탄다.

...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침 해가 마지막으로 보이는 순간인 지하철역 입구에서도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鐵廓. 조선사람들이 돈을 들여 죽은 사람을 묻을 때 石廓을 둘렀다. 네모난 깡통에 강철과 고무바퀴를 달아놓자 산 사람들이 그 안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와 반갑게 내세를 맞이한다. 남자도 그 안에 들어가 발바닥을 매달았다. 덜컹거리는 음악에 맞춰 남자도 그 옆에선 남자보다 큰 여자도 다른 여자도 다른 남자도 뒤집혀 매달린 상태로 흔들흔들, 철제 벽에 부딪친다.

남자는 단테를 생각했다. 아래로 내려가는 지옥. 돈을 내고 입장하는, 발을 매달아 사람을 운반하는 죽은 자들의 관을 그는 왜 몰랐나.

...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뛰어내렸다.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빨랐는데, 그 한 가운데에 늙은 남자가 공포에 질려 - 다른 존재들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공포감 - 서 있었다. 늙은 몸에 나이든 양복, 그리고 얼굴처럼 쭈글거리는 중절모로 머리가죽을 쓴 한 남자. 그보다 더 젊은 것들이 그를 밀치고 무시하고 지나가는 이 내세의 통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악인이여, 지옥행 열차를 타라>

한 층을 더 내려간 지하의 세계에는 자동판매기가 우뚝 서있었고 드문드문 남자들과 여자들이 비척거리며 통로를 돌아다녔다. 남자는 땀에 절은 검은 지갑 속에서 현세의 화폐를 꺼냈다. 지옥 속에서도 현세의 화폐는 통용했는데도 남자는 몸을 늘어지게 만드는 악마의 음료를 고르지 않았다.

이곳의 박자는 '덜컹'이었다. 덜컹덜컹 - 이번 역은 방배역입니다. 니 집이니까 내리란 말이죠. 발 조심하고, 빠지면 죽습니다. 이건 너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 하면 덜컹하고 문이 열렸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자판기가 화폐를 마시자 묵음의 "꾹"소리가 덜컹하고 플라스틱 병을 싸놓으면 남자는 투명한 천 밑을 들추고 이리저리 속을 더듬어서 차가운 녹차를 뽑아 손가방에 챙겼다. 교대역에서 구파발까지 가는 철제 관 속에는 다행이 앉아서 갈 자리가 몇 개 있었다. 저절로 붙어버리는 볼기짝에 차가운 관의 일부가 닿았다. 시원했다. 한 여름에 파놓은 무덤 속에 앉은 것처럼 정말 시원했다.

남자는 지옥행 열차에 앉아 서양오랑캐의 소설을 선택했다. 그래봐야 어짜피 남은 선택지도 서양오랑캐 것이었다. 끔찍한 오리엔탈리즘을 종이에 담아 한 장씩 빼먹는 이 오묘한 맛이라니. 야구장에서 마시는 맥주보다 더 즐거웠다.

구파발에 이르자 여행은 끝이 났다. 『로드』위를 걷던 남자는 두 다리를 펴고 지상을 향한다. 광합성을 하러 나가는 녹차병은 피곤하지 않았다. 남자가 휴대전화를 벌컥 열자 문자메세지가 하나 와 있었다. 여자의 문자였다.

안녕ㅋ도착했니?ㅎ
ㅋㅎ
네, 도착했어요
오늘은언니들이랑같이안있어?그럼먼저가있어ㅋ이제연신내라기다리라고하기좀그렇네ㅜ

기다릴게요. 오세요.

조금 기다리자 여자가 나타났고 지상을 향한 마지막 4개의 보루 중에 2번을 골라서 같이 나갔다. 되다만 밥처럼 묽은 하늘이 여름을 봄처럼 감싸고 있었다. 지상도 자기를 포장하는 시대 속 남자와 여자는 누런 황토길을 걸었다. 쇠달구지 자국에 쇠발자국이 있을 법한 색깔 위로 캐터필러가 지나간 자국이나 오톤 트럭의 족적만 남았다. 누가 전쟁이 났다고 해도 그대로 믿을 법한 시멘트 덩어리들과 먼지 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부장을 만났다.

왜 안전모를 안썼나?
.......

여자는 안전모를 어제 사무실에 두고 왔으니 당연한 물음이었다.

이리와라

여분이 있어야하는데... 없구나. 다음 번에는 경비실에서 하나 가지고 들어와!

여자와 남자는 다시 길을 떠났다. 길, 계단, 길... 계단을 걸어올라가니 지옥고양이(Hellcat)라고 쓰여있는 작은 차량이 갓 구운 듯한 콘크리트 빵 더미를 내려놓고 있었다. 계단은 더 이상 없었다. 넓게 쌓인 흙더미 위를 걸어서 다시 오르자마자 또 다시 발굴지로 걸어올랐다. 모래주머니가 쌓여있는 흙더미... 지옥이 그리웠다.

아직 해가 제대로 뜨질 못했다. 날짜는 6월 25일인데 그날의 혼란을 느낄만한 어떤 징조도 없었고 바람과 온도가 봄가을 같았다. 바야흐로 춘추의 시대였다. 남자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무얼 하려고 했는지 생각도 안하고 이리저리 돌아만 다녔다. 아마도 유구선을 그리고... 그가 특별하게 느낀 게 있었다면 완전한 형태의 청동시저, 약숟가락과 젓가락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었다. 약숟가락이라서 그런지 어제의 충격은 없었다. 밥을 먹었을리도, 그걸로 약을 떠먹었을 이유도 없었으니 말이다. 남자는 죽은 사람들이 죽어서 배가 고플리 있겠지만 아프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페인트를 칠하는 동안 몇마디가 오갔는데, 여자의 치아에는 교정기가 빼곡히 달려있었다. 작년에는 분명히 없었는데

교정기 언제부터 하셨어요?
아, 이건 올 3월부터
이가 많이 비틀렸었나요?
그렇지, 원래는 위에만 하려고 했었는데 아래도 해야한다고 의사가 그러다러고
아, 윗니랑 아랫니가 잘 맞물리질 않았나요?
응 그래서 한거야
음... 윗 앞니랑 아래 앞니랑 선이 잘 맞나요? - 이 -
아 그거... 중앙선이 맞냐고? 그런 게 좋은 거야
대부분 잘 맞지 않아요? 물론 저희 어머니는 그렇지 못하지만...
난 이가 고르게 난 사람이 더 신기하던데?
그렇구나...

여자는 아무래도 내가 존대를 하는 것이 어색한 것 같았다. 남자가 88년에 태어나 재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어찌되었건 배우는 일에 대해 선,후배는 그 자체로 이미 의미를 가지고 그 안에서 행동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태양은 아편에 빠져 나오질 못했다. 희뿌연 구름 속 어딘가에 있는지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방위를 측정하다가 청동숫가락이 있는 토곽을 하나 더 발견했다. 옆에 있던 02학번의 여자에게 저 숟가락은 왜 유구 바깥 쪽에 있냐고 남자가 물어보았다.

저런 걸 편방이라고 해. 유물을 따로 담는 거지
그렇군요. 죽은 사람도 방이 따로 있을 때가 있었구나

남자가 아는 남자들 중에는 과대표도 있었고 09학번 후배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중 일부는 방에서 살았다. 남자는 집에 자기의 방이 있지만 방이 딸랑 하나 있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거실도 있고 안방도 있고 화장실도 멍멍이가 쓰는 방도 있었고 좁지도 않았다. 남자의 방에는 서재와 피아노와 프린터, 노트북 2대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잉크병들 사이에 만년필들이 몇 개 있었는데, 방 전체의 40%을 차지한 건 퀸 사이즈 침대였다. 이건 방이 아니다 - 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방을 가진 사람들은 단 한 개의 방, 몸을 겨우 뉘일 수 있는 침대 하나에 작은 옷장, 그리고 뒤로 한 번 빼내면 움직일 곳이 없는 의자에 딱 맞는 책상과 책이 15권 들어가는 책장이 방의 정의였다.

대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 4학년, 대학원생, 회사원, 프리터는 방에서 살았다. 토곽이 아닌 콘크리트곽이지만, 창문이 없는 점에서는 모두 똑같았다. 남자는 죽은 사람의 방을 다시 보았다. 몸이 누운 자리 옆에 있는, 추가로 쓸 수 있는 방 하나는 남자의 살아있는 친구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공간이었다.

점심시간이 오고, 또 밥을 먹었는데, 남자가 컨테이너 건물에서 나오자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얼굴에 꽃이 피어나는 느낌이었다. 남자의 얼굴에, 머리카락 끝에 비가 방금 그친 정원처럼 물방울들이 똑똑 떨어졌다. 땀은 짜기라도 하지만 아무 맛조차도 없었다. 물이 그대로 들어가 그대로 빠져나오는 기적이 지상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계속 물을 흘리며 뚝뚝, 떨어지면서 사무실로 나아갔다가 이번에는 일제 디지털-캠코더를 들고 다시 언덕을 기었다. 빛을 발하는 황금색 언덕이 노트르담 대성당 전면만큼이나 높아보였다.

회곽 속에는 관이 있었다. 나무 관이 쪼개져 있었는데, 그런 게 3개남짓되었다. 두개는 정상이었는데 하나가 마침 다 무너져있었다. 여자는 키가 매우 작아서 그냥 서있기만 해도 무너진 틈으로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여자가 뒷걸음질쳤다.

동규야, 저게 뭐니?
두개골인데요? 저건 윗니고... 턱을 벌리고 있네요

죽은 이의 윗니가 반짝거리며 까맣게 그을린 두개골을 더욱 시꺼멓게 만들어주었다. 고르지 못했다. 삐죽거리며 튀어나와 보기가 싫었는데, 남자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살아있는 여자사람들도 이가 상어공주인 사람도 많았던 걸 이제야 기억해냈던 것이다. 남자가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여자들 중에 치아가 고른 사람은 딱 한 명이 있었지... 남자가 이리저리 돌다가 관뚜겅을 열어젖힌 곳으로 가버렸다.

관을 열고 투명한 비닐 위에 잔해를 올리자... 안에 사람이 들어있었다. 남자의 손바닥 두개를 함친 정도로 얇은 두께의 긴 덩어리가 박혀있었다. 작업을 지휘하는 남자는 흙손으로 염을 갈랐다. 사람을 덮어서 싸멘 천조각이 메스에 잘리는 피부처럼 가볍게 갈려나갔다. 남자는 캠코더로 그것을 찍었다.

안되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파란 방수포를 덮어퍼리고는 남자와 여자에게 내려가자고 했다. 남자는 계속 물을 흘렸다. 마시는 즉시 그대로 빠져나오는 통에 몸안에 남은 염분이 없어 남자는 휘청거렸다.

간식을 먹자고는 하였지만... 남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물만 마셨다. 염분이 없는 물의 부담스러운 담백함이 괴롭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로드』의 맨 뒷부분을 전부 다 읽어내려갔다. 이젠 오리엔탈리즘이고 뭐고, 소금이 필요했다. 소설 속 남자는 결국 죽었다.

다시 지상낙원 속 황금정원을 오르는 즐거운 시간이 오자 남자와 여자는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남자는 그대로 누워서 모래 속으로 들어가서 잠을 자고 싶었다지만, 결국에는 끝을 보았다. 보자마자 페인트칠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깨지 않았던 다른 회곽을 깼는데, 이번에도 여전히 옆으로 주저앉은 관이 나왔지만 뚜껑은 방금 덮은 것처럼 맨질맨질했다. 남자가 뒤로 돌아서자 무덤 속에서 찍..찌익...하면서 종이를 찢는 소리가 들렸다. 소름이 끼치면서 뒤돌았더니 관 뚜껑의 나무결이... 햇볕에 난도질당하고 있었다. 수백년만에 본 햇빛이 자신이 만든 나무를 찢어발게고 있었다.

남자는 하얀 긴 팔 작업복의 소매를 올려보았다. 하얀 옷을 입었는데도 팔은 까맣게 타 있었다. 다시 관 뚜껑을 보았다. 관 전체의... 껍질이 계속 찢어지는 걸 멈추지 못했다. 피부를 벗겨내는 발랄한 빛의 왈츠가 찍찍..찌이익... 멈추질 않았다. 남자는 팔뚝의 소매를 내리고 다시 실을 묶고 페인트를 칠하고 사다리를 옮겼다. 방수포를 덮자 더 이상 관의 피부는 일어나지 않았다. 남자에게는 그러나 방수포가 없었다. 얇은 천 조각뿐...

일이 끝나자 안전모를 쓴 네 명의 사람, 남자 여자 여자 여자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집에 전화를 걸었다. 이젠 세 명의 여자 중에 어떤 여자도 남자가 부모님께 전화해 존댓말을 쓰는 것에 토달지 않았다. 기괴함이 일상이 되는 순간 건물 지하실로 들어가 길을 잃었다. 그러나 무사히 빠져나와 다시 지하로 들어가서 헤어졌다. 여자의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에서. 그러나 그는 지하에서 만난 남자치고 이상하게 하프도 피리도 불지 않고 있었다. 지하에 마중나온 남자가 말이다.

남자가 여자의 남자친구에게 웃으면서 안전모를 씌워주었다. 남자의 안전모를 벗고 일어난 남자는 우습게도 키가 갑자기 커져있었다. 165센티인 남자가 170센티로 커져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웃지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는데, 멀리서 지하의 박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모두 1시간에 900원 하는 서울 횡단 시설에 올랐다. 여자의 남자친구가 여자를 비비적거리면서 좋아했다. 남자는 아는 척 하지 않았다. 이윽고 남자의 동기생이 바로 앉자 몇 마디 이야기를 해주었다. 피부를 벗겨먹는 태양의 섭생이 부러웠다고 말해주었다.

여자와 여자의 남자친구가 중도 탈락했다. 남자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가방을 열어 안전모를 넣고 다시 『로드』를 꺼내 보았다. 소년은 혼자남았다.

태양 걸어올라가는 방배역에서 우면산까지의 길이 가벼웠다. 혼자남은 소년이 남자의 곁을 떠나지 못해 죽어가는 동안 살아있는 남자는 피부가 벗겨지면서 집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죽은 피부의 껍질이 손끝에서 바스락거리며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가뭄이 올려면 멀었지만... 남자의 방바닥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었다.

2009년 6월 25일 목요일

착각

사람을 잘못보아도 한참 잘못 보아온 것 같다.

나는... 그의 모든 것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가진 사람을 처음 본 순간이었는데, 함부로 말해주지 못했다. 그건 너무 많은 뜻을 가졌으니까.

그 전에도 아름다운 사람들은 많이 보았다. 큰 눈이라던지 잘 빠진 몸매라던지, 또는 글래머라던지 하는... 그러나 그런 것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속에서 잘 사라지기 마련인 것이다. 모두가 묻혀버리면 그만인 것처럼 그런 건 죽은 이후가 아니라 살아있는 그 순간에 조차도 없어지는 하잖은 요소이다. 예쁘다는 건 외형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것도 말한다. 영혼, 본질, 아름다운 유리병 속에 담긴 향기로운 사람.

그래, 잘못볼 수도 있고 그래서 인간인 것이다. 에펠탑, 사진기, 그리고 서점과 샌드위치, 시원한 코카콜라... 작은 하모니카 이야기와 소설과 에세이를 춤추는 나라...

나는 꿈 속에서 그가 나에게 그가 쓴 책을 주는 역사를 읽었다. 그리고 내가 그걸 펼치자 나는 어느새 지하철에 몸을 싣고서는, 인사동에서 꼭대기에 혜성을 달고 있는, 파리의 에펠탑을 발굴하는 이상한 고고학자가 되어 있었다.

내 옆에서 물었다. 아깝지 않느냐고. 상관없다. 내가 건내준 건 물건이 아니라 신뢰이자 그대로 느낀 것이다. 나보다 그에게 어울릴 물질들, 나란 인간이 가질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을 창조해낼 영혼에게 당연히 그런 것들을 넘겨야만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맞아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맑스의 자본론을 읽고 두근거렸던 그 마음보다, 내 정신, 사상을 넘는 일보다 더 대단한 걸 발견했다고 난 생각했다. 그래서 먹고 싶어도 먹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는 일에 대해서, 또 내가 잘 모르는 음악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찾아다녔다.

어쩌면, 그건 내가 미숙한 것에서 일어난 걸지도 모른다. 내가 잘못 건들인 죽은 여자의 밥숟가락이 무너지는 것처럼 부숴버린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서 내가 부순 것보다 더 많은 조각들이, 한 밤에 내리는 염산비처럼 나를 태워버리는 걸까... 그건 분명히 그가 나보다 아름다웠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밤에도 난 잠이 오지 않는다. 난 내가 꿈꾸었던 순간을 다시 꿈꾸는 걸까. 아름다웠던 사람들이 예쁜 한 사람보다 더 생각나는 순간, 지금의 나는 죽어버릴 것이다.

이젠 낭만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낭만을 잃어버렸다.

발굴일지 - 2일

오늘은 오전 8:50부터 작업시작. 중앙계측과 유구 사방 길이를 쟀다. 중간에 사무실 청소를 위해 내려왔다가 10시가 되어 30분 휴식 후 다시 올라갔는데, 11시가 되자 더 이상 작업할 것이 없어서 도중에 내려왔다. 회곽, 마치 시멘트로 시신을 꽁꽁 싸멘 무덤을 깨느라 발굴인부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12시부터... 죽은 자들의 청동수저를 씻기 시작했다. 사실 이 발굴지역은 XX건설회사가 짓는 아파트 촌의 놀이터부지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그들의 아이들이 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죽은 자들을 파헤치고 물건을 꺼냈다. 무덤 속의 사람들이 무얼 먹었는지 숟가락도 젓가락도 모두 부식된 청동 찌꺼기들이 들러붙어있었다. 넓게 펴진 밥뜨는 부분이 얼마나 입에 들어갔다 나왔을까, 모조리 종이처럼 얇아 혼자 바스라졌다. 하나같이 여인들의 숟가락이었다. 당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들이 쓸만한, 밋밋한 숟가락은 색이 바랬지만 이상할 정도로 손잡이가 깨끗했다. 밥이 오르는 단단한 모양의 파인 공간은 다만 반으로 쪼개져있을 뿐이었다.

아마도, 지금도 그렇지만 조선의 여인네들은 살아서 먹지 못한 밥을 죽어서라도 먹느라고 그랬을까. 섬세한 걸이가 비녀같은 숫가락과 네모반듯하게 지어올린 젓가락은 덕지덕지, 파란 밥알이 붙어떨어지질 않았다.

죽은 자의 수저를 씻는, 산 자들은 신기해할 뿐이었다. 남자친구를 엉뚱하게 풍납토성 발굴지에 떨구고 온 선배도 이상하리 만치 깨끗한, 죽은 남자의 수저를 신기해했다. 표면에 드문드문 남아있는 황금색의 줄기가 혈관처럼 흘렀다. 밥풀하나 붙지 않았는데, 썩어서 없어진 이 남자는 한 끼도 먹지 않았던 걸까? 먹지도 않은 혈관이 손잡이에 붙어서 박동하는 것은 대체 무슨 이유일까...

그리고 산 자들이 밥을 먹을 시간이 왔다. 공사장 직원들이 밥을 먹는 컨테이너에 천천히 걸어가 급식판에 스테인-레스 수저를 올리고 밥, 국, 반찬을 담았다. 얼룩이 잘 안생긴다는, 산 자들이 쓰는 수저는 통째로 은색을 발했는데 그 낯빛이 염한 죽은 자들의 피부처럼 차가웠다. 그리고 불에 볶아 기름이 빠져버린 남의 살을 차가운 뼈로 집어올려 입에 넣어보았다. 혈관이 감싸고 있는 목구멍과 위장에 오 밀리미터의 두께로 자른 돼지고기가, 돼지의 살이 흘러들어갔다. 죽은 자들은 산 자들이 씻어준 수저를 다시는 집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우리가 죽은 살을 먹으니 그들은 살아있는 '살'을 먹고 싶어하겠지....... 분명히 그 수저는 주인이 있지만 다시는 꺼내서 볼 물건은 아니었다.

밥을 먹고 돌아오자 23년을 살아온, 08학번의 여자가 과일간식을 먹으면서 추근덕거렸다. 물론 이건 항상 쓸데없이 오만한 남자의 편견이다. 『오만과 편견』이다. 그녀는... 23살인데도 고등학생 2학년 같았다. 몸집이 커서 얼굴도 어려보였던 것이다. 『배고픔의 자서전』에 나오는 무지막지한 수녀의 부피를 가졌지만 키가 조그마해서 더욱 그랬다. 아마도 그녀는 똑같은 높이에 앉은 남자에게 장난을 걸고 싶어했던 것일까. 적어도 그 사람은 자신이 하는 말을 내가 장난으로 받아주길 바랬겠지. 싫었다. 사는 곳, 옷, 그러다가 바지와 옷자락에 묻은 흙먼지를 말할 때 소름이 끼쳤다.

물론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사람에게 괜시리 다가가 부담을 주었던 플러스 구 킬로그람의 남자였으니 그걸 설마 이해못하겠는가마는, 그렇다고 옷에 묻은 흙먼지를 이야기하다니! 만약 여자사람에게 얼굴에 묻은 카스카라 자국이나 약간 삐둘어진 색조화장을 운운-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것도 지금의 상태가 아닌 아홉 킬로그람이 더 나가는 남자가 그랬더라면?

그래서 더욱 먹기가 싫어졌다. 죽은 자의 살을 집어올리는 파란 밥풀의 수저, 살해된 것을 볶아 빛나는 막대로 갈라먹는 산 사람, 그리고 풍채가 수려한 여자, 남자... 그리고 그는 얼마 전에 살해된 고기를 5만원이나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종이쪽지가 눈에 띄어 다른 사람에게 권했었다.

갑자기 몸을 씻고 싶었다. 황금색의 혈관이 피부를 스멀거리며 기어오르고 있었고 노란 태양빛이 사무실의 테라스를 슬금슬금 넘어왔다.

도로 한 가운데에 떨어져있던, 저녁노을에 털이 빛나던 고양이 꼬리가 베란다로 들어오는 환영. 그건 분명 우리집 앞 골목에나 있던 죽은 조각인데....... 얇아서 피가 별로 세어나오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혈관에서 나온 끈적이는 덩어리가 꼬리를 땅에 붙여놓았다. 피부가 자꾸 끈적거렸다.

문이 열리더니 조선생님께서 들어오셔서 고양이 꼬리가 들어오려했던 방 한 가운데에 갑자기 작업취소를 알렸다. 새로 파낸 회곽에서 유골이 나오는 바람에 해야할 일들이 모두 밀려버렸다고 말씀하셨다.

이젠 종이에 그린 토곽의 가로세로높이를 측정해야했다. 사람이 누웠던 무덤을 눈으로 직접보고 종이로 다시보고 숫자로 변환하는 컴퓨터가 되어 앉아 일했다. 이 종이무덤에는 어떤 사람이 묻혔을까.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을 그려보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기린입니다』. 더 이상의 명령이 없자 기계장치는 다시 씻고 싶은 사람으로 돌아와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이번에는 물을 긷는 머슴으로 너털너털, 자외선의 전당으로 나아갔다. 해는 뜨겁지 않았는데 유리가루로 된 비가, 눈에 보이지 않게 내리고 있었다. 피부가 차라리 더워서 녹아내렸다면 좋았을텐데... 유리조각이 피부를 때리고 훑고 맛보고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포클레인이 뒤엎어서 사라진 길을 돌아 유리가루를 마시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명기라 하는, 죽은 사람들이 얼굴을 씻을 때 썼다는 도자기들을 물에 담궜다가 칫솔로 문질렀다. 그들이 부러웠다. 적어도 죽어서 씻기라도 했으니, 아! 이 유리가루들은 언제 떨어지려나를 생각하며 흙이 담긴 죽은 사람을 위한 세면도구 속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산 자가 씻지못해 죽은 사람이 부러웠다.

결국 이 모든 일을 마치자 할 게 없었고 퇴근하려면 20분이 남아 남자만을 위한 샤워실을 찾아 몸을 씻었다. 황금혈관이 자라다만 팔뚝, 너저분한 추근거림과 눈길 그리고 흙먼지, 죽은 고양이 피에 엉긴 유리가루....... 그리고 죽은 남자의 깨끗한 수저처럼 몸을 수건으로 윤냈다.

사무실 담당 선생님께서 나와 선배를 연신내역에 떨어뜨렸고 예정된 회식의 장소인 인사동으로 가라는 말을 해주었다. 노란 햇볕이 갑자기 90년대로 돌아간 서울 거리를 흐르고 있었고, 남자와 여자는 재빨리 지하로 몸을 피했다.

인사동에 도착했는데, 전통의 거리에는 서양에서 들여온 벽돌기술로 만든 중국식 벽돌이 인도를 이루고 일제, 미제, 프랑스제, 한국제의 디자-인을 씌운 자동 동력 차량들이 그 위를 걸었다. <초속 5센티미터>도 안나오는 속도로. 차보다 빨리 내달리는 두 명은 심심하고 더웠고, 그래서 한 사람이 권한 부채를 구경해 보았는데 아름다웠지만 예쁘지는 않았다. 남자가 쥐어봤자 예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간에 터어키식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에서 마르다만 고양이 피같은 하얀색의 차가운 음식을 샀다. 선배는 먹으려고 하질 않았는데 너무 비싸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맛만 보더니 끈적인다고 했다. 끈적이는 차가운 하얀 음식, 마르다만 블랑-망제인 걸까. 가장 오래된 차가운 프랑스 과자의 시체조각이었다.

결국 너무 더워 <더 커피빈>이라는 기묘한 복층의 커피숍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 커피 콩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는 가게 이름이, 어색해하는 선배때문에 더 이상해보였다. 악마의 음료라고 불렸던 커피에 모카와 우유를 넣고 얼음을 띄운 혼합액체 스몰, 그나마 원형에 가깝다는 아메리카노에 아이스를 섞은 레귤러를 주문하자 파란 종이 한 장을 건낼 수밖에 없었다. 딸랑, 500원이 손에 떨어지고 친절하게도 종이쪽을 한 장씩이나 낸 사람에게 음료가 나왔으니 가져가라고 알려주는 진동기가 나왔다.

잠깐 앉아있으니 대체 뭐가 이렇게 비싸냐고 선배가 짜증을 냈다. 항상 커피를 사면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이건... 그냥 원래 그런 거라고 했다. 배추잎으로 사는 건데 당연히 별 가치가 없는 건데, 하필이면 그 잎에 1이랑 0이 하나, 하나 둘 셋 넷 이렇게 있어서 괜시리 비싼거라고 말해줬다. 제기랄. 화폐는 짜증이 나서 생각해보니 여기 앉은 두 명은 사학과가 아니던가! 미국의 커피숍들과 그들이 주고 받는 돈을 이야기 해주었다. 아직 그 망할 18세기 유럽사를 안들어서 그런건지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았지만 금이랑 은, 반짝반짝이는 단어를 몇 가지 제시해주자 쉽게 알아들었다.

갑자기 전화가 왔다. 전화, 전화를 주시오! 회곽이 열리는 바람에 죽은 사람들이 누운 침대를 그리고 측량하느라 늦은 다른 사람들이 왔다는 신호였다. 그 속에는 23년을 산 사람도 같이 끼어있었는데 다행히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아마도 계속해서 딸러 이야기를 해서 듣기가 싫었던 모양이다.

회식을 하러간 곳은 퓨전 한식 집이었다. 보쌈이랑 장어구이랑 무슨 가게이름 셑트를 시켰는데 보쌈고기는 일본인들 음식처럼 달콤한 간장에 끓였고 장어역시 데리야끼 쏘스에 구워 생강초절임이 곁들어져 나오더니 가게이름 세트는 훈제연어 샐러드와 서양식 덴뿌라에 달달한 일본 불고기를 섞어서 내왔다.

뭐지... 그나마 모양이 한식인 건 된장에 무친 나물과 김치였는데 된장무침나물은 정말 종이를 씹는 맛이었고 - 된장향도 나물 향도 안났다 - 김치가 그나마 여기가 전통이 살아있는 인사동인 척 했다.


질펀하게 살찌고 싶을 때 먹는 퓨전 일본식 안주가 한식처럼 식탁다리를 내리누르는 기묘한 중국식 방. 그 안에서 일식 청주와 서양오랑캐가 마시던 맥주를 마시고 떠들다가 나와 헤어졌다.

전통의 거리에 유럽의 농부인 재크의 콩나무처럼 솟은 쌈지길을 오르는데 유럽, 호주, 한국이 뒤섞인 입구가 보여 들어갔더니 귀걸이가 있었다. 귀여웠다. 동이나 은으로 만든 걸이에... 길다란 빛을 뿜는 에펠탑 대신 주렁주렁 이름 모를 작은 것들이 달려있었다. 역시 예쁘지는 않았다.

8시 반, 지하를 향하는 산 자가 목이 말라 어질어질,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께서 레이져 빔-을 얼굴에 쏘이는 바람에, 마시지도 않는데 식염수라는 물이 담긴 병과 살균거즈를 사오라고 전화하셨다. 빛이 유리가루처럼 얼굴의 검은 자국들을 쓸어버린 덕택이었다.

돌아와 앉아 컴퓨터를 켠다. 시간이 흘러 열 한시 사십구분이, 아니 오십분이 되어버렸다. 내일을 위해 다시 잠들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내일의 내일도, 그리고 그 내일의 내일에도 몇 백년을 빛쪼가리 없이 밥을 퍼먹은 사람들의 침대를 측정하고 파고 그 둘레에 사고처리하듯 하얀 페인트를 바를 것이다.

정말이지... 뭐라 형언하기 힘든 날이었다. 다 말했지만 말이다.



2009년 6월 21일 일요일

단어

단어만큼 위험한 것이 어디있겠는가
조사 하나, 줄 하나가 심장을 비집고 꿰뚫어버리는
그 느낌을 당신은 아는가
차라리 텅 빈 페이지로 돌아갔으면 하는
그런 말, 단어를 헛디딘 날에는 정말 죽어버리고 싶다.

2009년 6월 19일 금요일

분해

손톱
똑 똑 똑 잘린다
강철의 얇은 입술이
베어먹는
공포를 모르는 살점

지폐 1장을 세워
얼굴을 회뜨는
녹아내렸던
고통의 시간은 없다

피부를 다지는
자외선의, 11월의 선탠

뇌를 뒤집어 엎는
화면 속의 인간백정들이
웃는다

순간은
고통스럽지 않다

온몸이 무서움을 모르면
영원한 작은 죽음을 꿈꾸어본다
이 땅의 모든 것들이 맞이할
분해.

2009년 6월 17일 수요일

프로그래머...

난 돈도 내 삶도 없다고!

아... 오픈소스였구나...


해외나 국내나 프로그래머들의 삶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짤방과, 오픈소스의 힘(?)을 느끼는 순간들

자기혐오

혐오 속에 피어나는 내 꽃
그 꽃이 지거든 떨어지는 꽃잎
하나하나 입에 물고 꼭꼭 씹어
붉은 피 흘려 기억하면
죽어도 피어나겠네

그 꽃을 죽어도 증오하리

2009년 6월 13일 토요일

I wish your iPorn? no, iPhone!!

아마 소식을 아는 분들은 다 아시는 것이겠지만 2009년 6월 12일자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번에 방송통신위원회가 APPLE INC.의 이동통신용 무선설비의 기기(육상이동국의 송수신장치)에 대한 전파인증을 승인해주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iPhone의 한국 시대가 온다는 말이지요.

6월 12일자로 승인된 iPhone에 대한 전파인증

일단 이 소식에 대해 축하해야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시면 애플컴퓨터가 상당히 음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모델명인데, 이걸 'apple a1241'이라는 키워드로 구글에서 검색을 하시면 이번에 애플이 새로 발표한 iPhone 3Gs가 아닌 기존의 3G 16GB에 대한 모델명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This is 3G's'~!

그러니까 이번에 한국에 출시하는 아이폰은 새로나온, 게다가 가격도 더 싸고 프로세스 처리속도도 2배나 빨라진 3Gs버전이 아닌 3G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시사하기도 합니다. 좋게 해석하자면 아직 한국시장을 몰라서 테스트하는 정도로 내는 것이라 그런게 아닐까? 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인식은

요녀석들이 재고 땡처리하려는구나!

가 될 듯 합니다. 애플컴퓨터, 그리고 애플컴퓨터 코리아가 정말 대한민국이라는 매력적인, 게다가 제품 사이클도 매우 짧은 곳에서 이상하리만치 고전하는 것이 다름아닌 이런 음란함 때문이 아닐까합니다(뭐 환률적용도 그렇고 말하는 셔플도 어찌된 것이 한국어만 이상하게 못하죠). 사람들은 그래도 멍청하지 않기 때문에 웬만하면 속지 않는데다가 하물며 대한민국에서 그런다니! 부디 애플이 아이폰 출시하면서 욕을 먹는 불행한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p.s. 참고로 전 애플의 제품들을 좋아하지만 정책들은 별로 좋아하질 않습니다 =3

뉘신지는 모르지만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만 봐주면 안될까요?

정말 뜬금없지만
딱 한 번만 돌아봐주면 안되는 걸까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까지는 아니지만
그래요, 정말 당황스럽겠죠

그렇지만 그대여
뉘신지는 모르지만
정말로 그대를 사모하는
한 남자가 서있습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너른 벌판에 당신이 걸어가는데
그 앞을 서성이는 사람이 이젠

저벅저벅 걸어와 말을 겁니다

조금 황당하겠지만
그래도 그 남자는 계속 서있을 겁니다
그대가 지나간 자리를
그대가 밟고 있던 풀자국 위에서

누구인지도 잘 몰라서 어리둥절하지만
그대가 있던 곳이라면 한 명의 남자가 되어
그 자리를 맴돌고 또 돌테니

그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더 이상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닌

그대의 이름을 부르게 해준다면
그대와 같은 걸음을 걸어가겠습니다
영원히 함께.

2009년 6월 6일 토요일

무제

아마도 이 세상이란 녀석에게는
자비라고는 단 한 움쿰도 없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사유하는 그대여
사회, 국가, 가족, 나

부디 만년필에 흐르는 잉크처럼
끋도 없이 흘러라

모든 잉크가 말라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적지 못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세계에 탄생을 고하는
붉은 태양빛에 페이지 한 장 한장을
전부 다 태우리

밤에 떠오르는 보름달을 볼 즈음엔
흙으로 폭삭 무너져서는
영원히 잠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