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2일 일요일

잣대가 이중이면...

오늘 낮에 잠시 떴다가 사라진 기사이지만, 청와대가 구글의 유튜브 한국 이용자에 대한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유튜브 계정에 대한 국가 설정은 예전부터 '전세계'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 동영상을 계속해서 올리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청와대의 주장은 그 국가 설정이 이른바 '타겟층', 즉 그 동영상을 보는 청취자(audience)를 정하는 것이므로, 최근 일어난 실명제 요구로 인한 한국 유튜브 사용자에 대한 제한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

현재 유튜브에서는 사용자의 접속 ip와 상관없이, 그 사용자의 국적이 '한국'으로 되어있으면 댓글을 달 수도, 동영상도 올릴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니까 청와대가 고귀하신 대통령의 영상을 올리려면 한국 국적을 버려야만 하는 상황이 온 것이고, 이에 대해 청와대는 GLOBAL BLUE HOUSE를 내세우셨다.

물론 최근의 정부가 다른 사람들의 주장이나 사회현상, 기업의 서비스 공약(?)을 확대 해석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이 있긴 있었다지만,(이런 일은 전 정권에도, 전 전 정권에도 항상 있었다.) 이런 식의 황당한 주장은 정말 처음이라고 할만 하다.(기업의 서비스를 이토록 자율적으로 해석하는 정부가 또 어디있을까? 것도 '뷔지니쓰 후렌들리'하신 정부인데 말이다) 아마도 유튜브를 자주 사용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그 국가설정을 예컨데 cymacyma라는 사람, 즉 나의 아이디의 국가설정이 한국으로 되어있다해서 내가 유튜브에 들어가면 한국으로 국가가 설정된 사람들이 올린 영상만 걸러져서 보여지는 게 아니다. 그 설정은 그냥 다른 사용자들이 내가 올린 동영상이나 댓글의 아이디를 누르면 나의 국적이 무엇인지 볼 수 있게 해주는 용도로 쓰이는 정도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자신들이 올리는 대통령 연설 동영상은 전세계를 향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쓰는 아이디는 국가 설정을 '전세계'로 해야 한다면서 국가가 최근 구글 코리아에 요구한 조치로 인해 한국 사람들이 유튜브 사용에 제약을 받는 것과는 별개의 일인 것처럼 말한다.

흠...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정작 자신들은 해석을 달리해서 실명제와는 상관없는 존재로 분류하고, 나머지 한국 사용자들은 계속 제약을 받아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만약 이번 정부가 좌파의 경향이 강한데, 어쩐지 국가권위를 중시해서 그렇다면... 식으로 꼬고 또 꼬아서 '해석'하면 너무나 자유로운 국가관과 국민의 안위를 위한 충돌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다지만 지금은 확실한 우파정부 아닌가? 적어도 우파라면 오직 국가를 위한, 국가의 정체성과 자국민을 지키고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로써 활동해야 하는데...... 아니면 이명박 정부가 전세계를 위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느라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나의 활동범위는 전세계임. 그래서 난 제약없음'이라고 궤변을 토하셨으니 이거 어떻게 변명도 해드리고 싶어도 할 수가 없으니 정말 가슴 속이 답답해진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이중잣대!

잣대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어떤 가치를 판단하고자 할 때에 쓰이는 도구인데, 이런 것은 단 한 개만 있어야한다. 예를 들어 1cm라는 단위를 제는 자가 하나로 통일이 안되서 두 종류 이상이라면 우리는 1cm를 잴 수가 없어서 도저히 생활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이다. '전세계'의 사람들에게는 청와대라는 존재가 '한국국적'이 아니라고 비춰질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까 한국을 대표하는 정부기관인데 정작 거기에서 일하는 인터넷 선전관련한 공무원들은 한국국적이 아니라는 것인가?

얼마 전에도 이런 이중잣대가 작동한 일이 있었다. 전국민들이 다 아는 촛불시위 진압에 대비되는 이번 '미사일 사태' 시위의 진압말이다. 촛불시위 때에도 분명 그런 일이 있었다. 경찰을 위협하고 도로를 점거하고... 확실히 위험하고 국가 경제에 위협을 초래하는 일 아닌가? 무려 수도의 중심부를 모든 사람들이 다 퇴근할 즈음에 막았으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런데 북한 미사일 발사에 항의하시는 어르신들이 길거리에서 불을 붙여 인공기를 태우고 시민들의 인도를 막는 것에 모자라 신성한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들을 때리고 소화기를 뿌렸는데 그 어르신들은 단 한분도 정부의 군홧발에 차이지도 않았고, 물대포를 맞지도 않으셨다.

마치 국가가 하나가 아닌 두 개인 것처럼 보인다. 엄정하게 불법시위에 대처하시겠다던 국가의 대표는 어디로 사라지고 나이드신 분들의 화염 속 노망에 공권력이 이토록 쉽게 무너질 줄 누가 알았던가! 마치 슈뢰딩거의 청와대라고 해야할까? 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그 대응책들, 이중잣대에 국민들은 고단할 수밖에 없다.

댓글 4개:

  1. 내국인한테는 좋은 이미지가 필요 없다는거겠죠...

    답글삭제
  2. '전세계' 설정 없애버리면 좋겠네여.

    답글삭제
  3. @Noel - 2009/04/13 06:52
    한 번 진지하게 건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답글삭제
  4. @아하하라 - 2009/04/12 21:58
    것도 우파정권이 그런다니 신기하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