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8일 화요일

푸념

세상은 정말 알 수 없어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요. 그제에는 교보문고에 갔어요. 아홉번째 시민의 발이라는 지하철 선은 왜 그렇게 화려한지. 그 앞에 놓여있는 거대한 붉은 교보빌딩 안에는 '우리 안에 천사가 있다'고 하는 커피숍이 있고 이탈리아 음식을 팔지 않는 스파게티 집,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 그리고 그 거대한 지하에 파묻은 서점이 있어요.

분명 내가 알기로는 -전 사학과니까요- 커피는 천사가 안에 있을만큼 아름다운 음료가 아니에요. 우리의 역사 안에 커피란 녀석이 들어온 건 서양오랑캐가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들어왔던 때이죠. 그리고 그들이 커피를 배운 건 이교도라 불리던(혹은 악마의 자식들) 이슬람 사람들이 마시던 드립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고 부르다가 맛을 봤기 때문이고요. 머리에 수건을 쓰고 꾸란을 외우면서 시꺼먼 콩물을 따르는 중동 아저씨들만큼 악마같이 보이는 존재들이 그 옛날 서양에 있었을까요? 그런 사람들이 마시던 것이 이제는 '천사가 품은' 커피로 변해 푸근한 5천원짜리 지폐 한 장 가격으로, 우리에게 지옥같은 부담감을 주고 있더군요.

거기서는 커피를 시키면 진동하는 막대기도 같이 줍니다. 변태녀석들. 그 막대기가 막 떨리면 전 오천원이나 줬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받으러 가야하고요. 학교 앞에 있는 커피점은 담배를 피우면 3천원밖에 안하는데 재떨이랑 커피를 다 가져다주는데, 여긴 왜 이 모양일까요. 받은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 스파게티 집 앞으로 가서 메뉴를 보면 웬 호주산 쇠고기로 만든 스테이크가 있고 또 팥빙수도 팔고 있다고 써있어요. 어이가 없어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가면 여기도 만만찮습니다.

구미에서 들여와서인지 뭔가 알 수가 없는 메뉴가 많아요. 빵도 골라야하고 사이즈도 골라야하고, 그래서 정신없이 뭔가 고르면 여기서도 번호표를 줘요. 번호표를 받아서 배급받듯 내 몫의 샌드위치를 먹고 있자면 기분이 오묘해지곤 합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면 땅 속에 묻힌 지하 책방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하긴, 요즘 사람들은 항상 책을 묻어놓고 사니까 당연한 걸까요? 누군가에게 소설을 좋아해서 자주 읽는다고 하면 놀라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들은 마음 속에 책을 묻어놓았다가 그 단어를 누군가 말하면 그제서야 꺼내서는 표지만 훌훌 털었다가 도로 파묻곤 합니다. 제가 자주 가는 이 교보문고 강남점은 그런 요즘 사람들의 심정을 구현한 것이 분명합니다. 왜들 그렇게 서점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소설책을 뒤져보는지. 물론 그 와중에도 신난 사람들이 몇 명있지만, 보통들 여자 몸매를 훔쳐보는 변태나 만화책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는 덕이 충만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더욱 기괴한 것은 책을 사지도 않으면서 진열된 책들을 자기 집에 있는 것보다 더하게 다루는 사람들입니다. 하기야, 책은 비싸니까... 손에 든 천사의 커피잔이 웃음을 지으며 물을 흘려 책이 망가지면 그제서야 내려놓습니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이 더 많긴 하지만, 오늘 이러한 글을 쓰는 것은 정상적인 생활에 대한 게 아니므로 인해 그들에 대해서는 적지 않겠습니다.

손에 커피잔을 들고 인상을 쓴 사람들이 책에 드리는 기도가 불경해서 나오면, 카타콤의 밖은 이미 어두워진지 오래입니다. 지독하게 깔리는 매연이 싫어 지하철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지독하게 깔려 있습니다. 어쩌겠나요. 이미 서울은 지옥 소굴이고, 가끔 가는 책으로 들어찬 카타콤이 저란 사람에게 유일한 안식처일 뿐입니다.

그리하여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돌아와서 이렇게 글을 끄적입니다. 내일도, 내일 모레도 반복될 일상의 유일한 안식처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심심하시면 답글로 남겨주세요.

댓글 4개:

  1. 저도 책 있는 장소에 가는 것을 좋아해요. 하지만 동네가 외진 곳이라 제일 가까운 도서관이 버스로 40분 거리에 있답니다. 학교 다닐때는 밥만 먹으면 도서관에 갔어요. 빌려야 할 책은 전부 전공 참고서적이지만 책 냄새 맡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답니다. 요즘도 믹스커피 옆에 놓고 이론서 뒤적거리는 게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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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리에겐 카페 샌드박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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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부두인형 - 2009/07/28 10:47
    아... 전 항상 전공과는 관련없는 책을 볼 때가 많아요. 일종의 도피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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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jachin - 2009/07/28 18:23
    샌드박도 있지만, 거긴 책이 없어서 =3 책이 있는 곳으로 만들면 조건에 맞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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